제대혈(탯줄 내 혈액)로 뇌성마비를 치료하기 위한 국내 첫 임상시험 성과가 이달 중 발표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양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영호 교수팀과 메디포스트(대표: 양윤선)는 지난해 3월부터 실시한 ‘뇌성마비 제대혈 치료’ 임상시험 결과를 오는 25~26일 전북 무주에서 열리는 ‘제 15차 대한조혈모세포이식학회 동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일부 기관에서 제대혈로 뇌성마비 치료를 시도한 적은 있으나, 공식적인 임상시험 결과가 발표되는 것은 국내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임상시험은 보건복지부 병원특성화사업으로 지정 운영되고 있는 한양대학교병원 난치성 신경계질환 세포치료센터(소장: 김승현)와 협력 기관인 메디포스트의 연구과제로 이영호 교수팀에 의해 진행됐다.
이날 논문을 발표할 예정인 이영호 교수에 따르면, 임상시험에 참여했던 18명 중 치료한 지 6개월이 지난 14명을 분석한 결과 이 중 5명이 임상적으로 호전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강직 상태가 일부 완화되거나 하지의 근력이 약간씩 증가하면서 보조기를 사용해 걷기 시작하거나, 집중력, 언어 이해 및 구사능력 등 인지기능의 향상을 보였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부모나 의료진들의 주관적인 판단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뇌자기공명영상(MRI)의 ‘확산텐서영상분석’과 핵의학적 분석 등 객관적인 검사를 통하여 뇌백질신경섬유의 양적인 증가나 뇌혈류 개선 등을 직접 관찰했기 때문에 의학적인 의미가 더욱 크다고 설명했다.
이번 임상시험은 출생 시 자신의 제대혈을 보관해 놓은 뇌성마비 환아를 대상으로, 아무런 가공 없이 제대혈을 안전하게 정맥 주사해, 제대혈 세포가 손상된 뇌세포 기능을 회복시킬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 진행됐다. 이영호 교수는 이들을 각각 6개월 이상 추적 관찰한 결과, “일부 환아들에게서 증상의 호전이나 객관적인 검사 결과의 개선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 큰 수확”이라며, “단, 아직까지는 부분적인 효과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반복적인 줄기세포 치료의 필요성 등 숙제도 많이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이 교수는 “뇌성마비 치료는 국가적인 면에서 경쟁력이 충분하고, 현재까지 아무런 근본적 치료 방법이 없는 환자들에게도 더욱 많은 치료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민간 단체나 정부의 적극적인 연구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제대혈을 이용한 뇌성마비 치료는 이미 미국과 유럽에서는 200명 이상의 환아들에게 작용됐으며, 효과가 드러나면서 의학적인 입증을 위한 임상시험이 계속 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번 임상시험으로 제대혈을 이용한 뇌성마비 치료가 더욱 가속을 낼 것으로 기대된다. 뇌성마비는 1천 명 당 2~3명 꼴로 발생 빈도가 높고 특히 미숙아에서 많이 발생할 수 있으며, 아직 근본적인 치료법이 없는 대표적인 소아 뇌 손상 증후군이다. 국내 제대혈 보관 1위 업체인 메디포스트에는 14만 명 이상이 제대혈을 보관하고 있어, 이들 중에서도 300명 이상의 뇌성마비 환아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제대혈은 자신의 혈액을 냉동 보관했다가 그대로 수혈하는 것이기 때문에 안전에는 전혀 문제가 없어, 환자에게는 아무런 전후 처치 없이 이뤄지기 때문에 앞으로도 각종 난치성 질환 치료를 위한 시도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메디포스트 측은 그 동안 백혈병과 혈액암 등에 국한됐던 제대혈의 사용 범위가 뇌, 신경계 질환으로 확대되면서, 제대혈 보관 신생아도 더욱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